길 위에 던져진 것들
Posted 2016. 1.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산길도 대체로 깨끗한 편이다. 물론 귤껍질 같은 걸 풀숲에 던지는 이들도
있고, 휴지나 비닐을 버리는 이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오히려 배낭에 쓰레기 봉다리 매달고
내려오는 이들이 훨씬 많이 보인다.
점심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반으로 접힌 누런 건빵 봉지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제주 보리로 만든 것 같은데, 이름도 추억의 건빵이다. 예나 지금이나 왜 건빵 봉지는
누런 색인지 모르겠다. 주로 군대에서 먹던 과자이다 보니 봉지도 국방색 비슷해야 향수를
느껴 그렇게 만드는 모양이지 싶다.
한 번 눈에 띄기 시작하니 평소엔 잘 안 보이던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피자나 햄버거를
시키면 따라오는 1회용 새끼 케찹이 보도 블럭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이름도 토마토 케찹인데,
토마토 말고 다른 걸로 만드는 케찹이 있던가.^^ 많이 먹진 않아도 가끔 케찹 생각날 때가
있는데, 햄버거 시킬 때 습관처럼 받아 와 결국은 뜯지도 않고 여러 개 모아 두었다가
피크닉 갈 일이 생기면 요긴하게 쓰곤 했다.
산길 쓰레기의 넘버 1은 뭐니뭐니 해도 플라스틱 막걸리병이다. 그것도 거의 열이면 열
장수 막걸리다.^^ 시장 점유율이 높기도 하지만, 산 아래 구멍가게서 이것만 팔기 때문이다.
주로 나이 드신 이들이 산행 필수품으로 챙겨 다니는데, 요즘은 여성들도 제법 휴대하고
다니는 것 같다.^^ 가끔 앉아서 한 잔 들이키고 므훗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 곁을 지나노라면,
동참 권유를 받기도 하는데, 피같은 술을 나눠주겠다니, 아직 인심이 살아 있는 것 같다.^^
막걸리도 생수도 아니면서 요즘 많이 마시는 음료 중 하나가 탄산수다. 브랜드 커피샵에서
팔기도 하고, 꽃할배와 삼시세끼 등 TV 프로에 PPL로 자주 얼굴을 비치면서 부쩍 찾는이들이
많아졌다. 목넘김은 시원하겠지만, 걸을 때마다 끅~끅 트림이 나올 것 같은데^^, 아마도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마시는 것일 게다. 구세대축에 들기 시작한 나도 거의 안 마셔봤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데 남녀노소 가릴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하드
막대와 사이다 캔도 굴러 다닌다. 생김새로 봐서 그냥 하드는 아니고, 찰떡 아이스나 마트
팥빙수에 들어 있었을 것 같다. 칠성 사이다와는 약간 다른 맛을 내는 스프라이트는 맛이
애매했던지, 보도 블럭과 맨땅 사이 경계선상에 애매하게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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