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오르면
Posted 2016. 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길을 걷다 보면 힘든 순간들을 만난다. 높은 산 중턱에선 체력이 떨어지고, 가파른
바위 구간이나 아찔해 보이는 정상을 앞두고는 왈칵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익숙한 동네 산길을 오를 때도 거의 매번 힘든 순간에 봉착하곤 한다. 조금 과장해서
십 년을 다녀 거의 눈 감고도 올라갈 수 있지만, 그래도 산길은 언제나 만만치 않고 힘들다.
날씨나 기온도 기분에 영향을 주고, 좌우지간 힘든 이유를 대자면 백 가지도 넘는다.^^
그래도 그 찰나의 고비를 참고 오르면 좋은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동네산은 정상까지도
비교적 짧은 거리인지라 여간해선 중간에서 멈춰 아래를 내려다 보는 일이 없는데, 그래도
가끔 옆에 있는 바위 너머로 보이는 세계가 궁금해 문득 오르던 걸음을 멈추고 낮은 바위 위에
올라서곤 한다. 그러면 바위 아래나 옆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가 제 속내를
드러내 준다. 한 걸음 더 오르면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정상에선 이렇게 한 걸음 더 오르는 게 그렇게 차이가 날 수가 없다. 중턱에서보다
바위가 가리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다, 조망하는 높이와 범위가 커지는 관계로 흐르는 땀과
가쁜 호흡을 추스린 다음 바위 위에 올라서면 시원한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북한산이나 도봉산 같은 서울 산들처럼 집앞 검단산이나 예봉산,
그리고 사무실앞 모락산만 해도 탁 트인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겨우 몇 걸음 차이지만 바위 위레 올라가서 보면 굉장한 차이가 생기는데, 사실 이런 맛에
다들 산에 다니고, 기왕이면 조금 힘들어도 정상을 밟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 산뿐이겠는가.
책이나 드라마, 심지어 사람 속도 대충 짐작하는 데 머물지 않고 끝까지 이르면 훨씬 더 많이,
깊이 볼 수 있게 마련이다. 그 한 걸음 더, 조금만 더가 말처럼 쉽고 간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해볼만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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