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웨이브
Posted 2016. 1.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간만에 겨울 추위가 찾아오더니 며칠째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겨울의 절정이라는
대한(大寒)도 지났는데, 맹동(孟冬)을 넘어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 부르기에 딱 좋은 한파다.
아침에 출근하려 시동을 걸 때 계기판 실외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화씨로도 10℉대에 머물다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무려
영하 15℃다. 퇴근길에 지나는 백운호수도 속까진 몰라도 표면이 얼어붙기에 이르렀다.
제주도엔 80cm 넘는 큰 눈이 내렸다고도 하고, 설악산과 지방 도시들엔 제법 눈이 왔다는데,
윗쪽은 내리는 시늉만 하다 말았다. 낮 기온도 영하여서 산길이 단단히 얼어붙어 미끄럽겠다
싶지만, 막상 가 보면 딱딱해지긴 했어도 크게 미끄럽거나 하진 않았다. 아이젠을 갖고 갔지만
딱히 차고 내려올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낙엽만 쌓여 황량해 보이던 산길에 눈이 덮이면서 밟고 오르내린 이들로 인해 간만에
눈길 웨이브가 생겼다.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리고 겨울산의 윤곽을 보여주던 게 눈길 웨이브가
생기면서 저 위까지 숲길의 궤적을 그려주었다. 가까이 난 길만 볼 수 있던 봄여름가을에 비해
제법 멀리 그리고 깊숙한 곳까지 짐작할 수 있어 이제야 제대로 겨울 분위기가 난다. 좀 더
멋진 눈길 웨이브는 눈 내린 다음날 아무 산이나 가 보면 직접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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