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명찰
Posted 2016. 1.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겨울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제대로 된 건 아니고, 코흘리개 시절 가슴에 하루핀을
꽂아 달았던 하얀색 임시 명찰이다. 나무 이름을 적은 게 아니고, 산 아랫쪽에서 윗쪽으로
올라가면서 숫자로 일련번호를 매겨 놓았다. 그러니까 아랫쪽엔 78, 79 식이고, 윗쪽엔 1923,
1924 식이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전국의 산에 자라는 나무 숫자를 일제히 파악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이름표 바로 아래엔 붉은 색으로 굵게 띠를 해 놓았다. 1m나 1.5m 비슷한 높이에 통일되게
칠해 놓지 않은 걸 보니 일정한 높이를 나타내려는 건 아닌 것 같다. 설마 저 많은 나무를 다
베어버리려는 벌목 대상 표시도 아닐 것이다. 다년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아마도 나무들이
풍토병으로 말라 죽지 않도록 방재 처리를 했다는 표시로 보이는데, 확실친 않다.
나무마다 일일이 하나씩 붙이는 게 단조롭고 심심했는지, 개중에 어떤 나무엔 옆에 있는
나무들을 대표해 이름표 하나에 몇 개의 숫자를 한데 적어 놓기도 했다. 이러면 빼도 박도
못하고 한 묶음. 한 통속이 되는 것이다. 이름표를 단 대표가 똑똑하면 함께 으쓱해지는
거고, 칠칠치 못하면 도맷금으로 폄하(
4월 총선이 D-80이 되면서 정가 분위기가 이합집산,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며 소용돌이
치고 있다. 건물마다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얼굴을 알리려는 예비후보자들의 대형 펼침막도
걸리고, 출근길에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머리숙여 절하는 이들도 벌써부터 보인다.
이름표 잘 보고 찍어야지 대충 찍었다간 혀를 끌끌 차면서 뒷담화나 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