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녹색 능수버들
Posted 2016. 4.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산길 풍경을 하루하루 다르게 만들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나무들은 겨울색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칙칙한 표정을 짓고 있다. 5월이 돼야 신록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가운데서도 3월말부터 일찌감치 녹색을 터트리는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 키가 훌쩍 큰 버드나무들인데,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이파리를 늘어뜨리고 연두색과 연녹색 기운을 날리면서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땅에선 노란 개나리와 분홍 진달래들이 봄이 왔다고 노래하고, 목련과 벚꽃까지 활짝 피어나 거리 풍경을 바꾸는 가운데 하늘에선 연두와 연녹색 물결이 춤을 추고 있었다. 버드나무들 가운데 많이 알려진 건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인데, 우리나라 산에서 볼 수 있는 건 대부분 능수버들이라고 한다.
객산 가는 길에 본 능수버들은 키가 훌쩍 컸다. 20m는 족히 되어보이는 꺽다리였는데, 군락을 이루면서 그 주변을 온통 연녹색으로 칠하고 있었다. 파스텔풍의 연한 색은 왠지 더 마음이 가면서 아스라한 느낌을 주는데, 게다가 오래 봐도 지겹지 않은 연두와 연녹색이라니. 그러고 보니 출퇴근길에도 키 크고 고개 숙인 능수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어떤 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숙였는데, 늦가을도 아니고 이른 봄부터 너무 숙이고 있으니 좀 짠해 보이기도 한다. 큰 키에 어울리게 조금 꼿꼿하게 서 있는 게 당당해 보이기도 하고 좋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많이 다니는 검단산과 예봉산, 모락산에선 별로 볼 수 없었는데, 그래서 이 친구와 눈 맞추는 게 서툴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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