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고이! 오사카성
Posted 2016. 4.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오사카-교토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스시, 장어덮밥, 우동과 뎀푸라, 120년 전통의 함박스테이크, 이치란 라멘,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던 말차 라테처럼 입과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한 음식도 아니고, 고풍스럽고 부드러웠던 교토 은각사도 아닌 너무 많이 알려져 뭐 특별할 게 있을까 하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바로 그곳, 오사카성이었다. 그저 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가 살던 성이라며 폄하했던 낮은 안목을 급반성하게 만들었다.
오사카성을 찾은 4월 21일 목요일엔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우산을 쓰고 다녀야 했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성으로 향하는 공원부터 일본 특유의 깨끗하고 잘 단장된 수목들이 반겨주었다. 동서와 남북으로 각각 1킬로미터의 넓은 부지에 견고해 보이는 높고 긴 성벽을 쌓은 엄청난 돌이며 성곽을 둘러싸고 있는 폭이 넓고 길다란 해자(垓字, moat)는 성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성을 돌아보는 내내 경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사카성을 찾는 이들은 열이면 아홉은 TV나 회보에서 많이 봤던 천수각(天守閣, 텐슈카쿠)을 보러 오는 건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이 성과 관계된 인물과 역사도 흥미롭지만, 내겐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과 성곽이 주는 감동이 훨씬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 성을 쌓을 만한 실력이 있었기에 조선을 치고 명을 도모하러 올 수 있었다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이었다.
비슷비슷해 보이면서도 조금씩 다른 돌들의 모양과 크기는 하나하나가 볼만 했고, 한데 어울려 쌓아 놓은 이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과 기술적 완성도에 연신 스고이!(すごい, Beautiful & Wonderful & Awesome, 요즘 우리말론 쵝오!)를 외쳐대게 만들었다. 아마 내가 다시 오사카를 찾는다면 하루 또는 최소 반 나절을 따로 떼어서 이 성곽과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성곽의 규모와 돌 크기, 배가 다니는 해자에 감탄하면서 8층으로 된 천수각을 계단으로 오르면서 보고 내려와 오사카성의 다른 명소인 니시노마루 정원(西の丸庭園)으로 향하는데, 정문 격인 사쿠라몬은 지금까지 봤던 것보다 훨씬 커다란 어마무시한 크기의 돌로 담벽을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그러니까 저 앞에 보이는 담벽은 시멘트가 아니라 거대한 돌을 정교하게 깎아 놓은 것이었다. 돌 높이가 4-5m는 족히 되고, 폭은 그보다 더해서 10m가 넘는 거석(巨石)들이 여러 개 이어져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다코이시(蛸石) 거석이라 부르는데, 넓이가 다다미 36개를 깔아 놓은 것과 같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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