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철학의 길
Posted 2016. 5.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오사카에서 아침에 기차 타고 한 시간 걸려 교토로 와서 버스 타고 은각사 앞에 내려 두어 시간 구경을 하니 점심시간이 됐다. 우동집 오멘에서 소바정식을 먹고 바로 이어지는 산책길인 철학의 길을 천천히 걸었다. 예전에 어떤 철학자가 강변, 아니 개울을 따라 산책을 하던 길이어서 이런 근사한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름에 걸 맞게 운치가 있고 낭만이 흐르는 멋진 길이었다.
마침 돌벤치에 안경 쓴 철학자 필이 나는 이가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이런 행운이라니! 자세히 보니 서양 여성 철학자였다.^^ 이 길의 명성을 듣고 은각사에 왔다가 들려서 잠시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모양이다. 우리 같으면 읽던 책도 짐이 될까봐 숙소에 두고 오느라 이런 장면을 잘 연출할 수 없는데, 문고판 책 한 권 정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 날 때마다 꺼내서 이어 읽는 이들의 몸에 밴 독서 스타일이 참 부럽다.
벚꽃이 한창일 때 오면 벚꽃 터널과 물 위에 비취는 그림이 그럴싸하다는데, 우린 벚꽃이 다 진 다음에 와서 그걸 만끽하진 못했다. 그래도 중간중간 왕벚꽃들이 피어 있어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꼭 벚꽃 계절에만 멋있는 곳은 아닐 것이다. 단풍 든 가을에도, 눈 내린 겨울에도, 심지어 무더운 한여름에 와도 멋진 풍경을 선사할 것 같으니, 아무 때라도 교토에 가면 마실 삼아 한 번씩 걸어보시길.
둘레길처럼 산이나 한적한 자연을 벗삼아 걷는 것도 좋겠지만, 주택가와 붙어 있어 평범한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우린 좋았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주민들은 조금 불편할 것 같기도 하다. 1km는 넘고 2km는 안 된다는데, 중간중간 작은 가게들이 있으며, 시간 되는 만큼, 다리 아플 때까지 걷다가 돌아서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I'm traveling > Oisii Jap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시장 도시락 (0) | 2016.05.21 |
---|---|
교토의 꽃대궐 (0) | 2016.05.19 |
교토 은각사의 대나무 (0) | 2016.05.17 |
교토 은각사에서 (0) | 2016.05.16 |
저렴한 한 끼 (0) | 201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