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은각사에서
Posted 2016. 5. 1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이번 여행에서 오사카 갑은 오사카성이었고, 교토 갑은 은각사였다. 만약 다시 일본 관서(關西) 지방 -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 오사카를 중심으로 관서로 나누는데, 공항 이름 간사이는 한자로 관서다 - 을 여행하게 된다면, 교토를 베이스로 며칠 머물다가 오사카로 건너가 오사카성을 종일 보는 코스를 잡아야겠다고 찜해 두었다. 한나절 부분적으로 둘러본 교토는 차분하고 뭐랄까 숨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저력이 있는 도시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오전에 찾은 은각사 풍경이었다. 일본 역사의 중심에 있던 오래된 도시 교토에는 비슷한 이름의 사찰이 있는데, 신경숙의 표절 시비를 낳았던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소설 제목으로도 유명한 금각사(金閣寺, 킨카쿠지)와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다. 교토를 처음 방문하는 우리 같은 관광객은 둘 중 어디를 갈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데, 교토를 꼭 가 보고 싶어 했던 아내의 선택은 은각사였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1482년에 세워졌다는 은각사는 입구를 지나면 50미터 정도의 대나무숲 바자가 나오는데, 동백 몇 송이가 남아 있었다. 아주 넓진 않았지만, 가벼운 경사로를 따라 숲이 우거졌고, 잘 가꾼 나무들과 연못, 고풍스럽고 운치가 있는 전각들이 전체적으로 신비하고 안온한 느낌을 주었다. 어디다 렌즈를 갔다 대도 좋은 그림이 나왔는데, 이름난 곳이어서인지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여럿이 줄지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은각사의 최대 명물은 애초에는 관음전이었다가 은각(銀閣)으로 불리는 2층 전각인데,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이걸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많아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인데, 계절에 따라 다르게 연출되는 풍경이 일품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를 맡긴 이가 제법 구도를 잘 잡아주었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셀카봉을 준비하지 않아 가끔 아쉽긴 했지만, 너무 셀카봉들을 휘둘러대서 여러 관광지에서 슬슬 규제하는 조짐이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매력적인 절들이 많지만, 은각사는 그리 넓지 않은 경내를 일본 정원 스타일로 잘 꾸미고 가꿔 둘러보는 동안 아늑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금각사를 함께 보지 않아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면서 두어 시간 정도 구경할 꺼리가 충분한 아름다운 절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절 입구까지는 가게마다 이런저런 먹거리들 구경하면서 시식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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