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인파 교토 청수사
Posted 2016. 5. 2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이번 일본 여행에선 하루 걸러 날씨가 좋았는데, 도착한 첫 날은 맑았고, 오사카성을 구경했던 둘째날은 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교토에 간 셋째날은 화창하기가 이를 데 없어 4월 하순이 아니라 6-7월쯤이 된 것 같았다. 은각사에 들렸던 오전은 그나마 시원했지만, 점심을 먹고 철학의 길을 걸은 다음에 청수사(淸水寺, 키요미즈데라)를 찾아 나섰던 오후는 작렬하는 태양이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게다가 여길 찾아오는 이들은 어찌나 많았던지, 절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가 있는 골목길은 인파(人波)로 뒤섞여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금요일 오후라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걸음을 옮긴다기보다 떠밀려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이리도 사람이 붐비는 겐지, 어리둥절하고 의아하게 여겨졌다. 선글라스 없이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햇볕이 강렬했는데, 양옆 가게들이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겨우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데, 안에도 구경을 온 이들과 마치고 나가는 이들이 뒤섞여 어지럽다. 은각사보다는 훨씬 규모가 컸는데, 조금 올라가니 두 문이 보이고, 그 뒤로 입장권에 보이던 첨탑이 있는 빨간 누각이 보였다.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많았는데, 우린 워낙 정신이 없어 떠밀리듯 계속 올라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커다란 지붕이며 넓은 본당 앞 난간엔 많은 사람들이 서서 경치도 보고 사진도 찍고 있었는데, 조금 돌아가니 이 건물의 외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었다. 개미떼처럼 득실거리는 사람들에도 놀랐지만, 우리 눈을 사로잡은 건 이 건물을 받치고 있는 5-6층 높이의 목조 기둥이었다. 이걸 보려고 이렇게들 몰려드는 것 같았다.
청수사는 778년에 세워졌다가 몇 차례 화재로 소실되면서 에도시대 초기인 1633년 현재의 모습으로 중건됐다고 한다. 본당에 있는 십일면관음입상(十一面觀音立像)이 유명하다는데, 우린 제대로 못 봤다. 언덕 앞으로 10미터 돌출되어 있는 본당은 15미터의 느티나무 기둥 139개가 받치도록 설계했고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 가운데 하나는 산에서 세 갈래로 흐르는 물을 길다란 막대에 연결된 컵으로 받아 마시는 곳인데, 각각 그렇고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재미로 하는 이들이 많아 대기줄도 대단했거니와 다리도 아파 그늘에 앉아서 남들 하는 거 바라만 봤다.
거의 내려오는 도중에 삼층탑보다, 목조 기둥으로 떠받친 본당 건축양식보다, 전망 포인트에서 바라보던 교토 시내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을 스쳐 지나갔다. 묶은 머리에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 배낭을 맨 젊은 여성이 단아한 자세로 스케치북에 나무를 스케치하고 있었는데, 내겐 청수사의 그 어떤 보물이나 풍경보다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청수사를 제대로 즐기는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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