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흐름, 해석의 차이
Posted 2016. 8.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월초에 잠시 세종대에 들렸을 때 작은 교회당을 배경으로 잔디밭 위에 두 사람이 앉아 발을
씻고 씻기는 돌로 만든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요한복음 13장에 나오는 세족식 장면으로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왼쪽이 베드로 형님일 것 같다(어부로 잔뼈가 굵었을 그의 평소 이미지에 비해 훈남처럼
새긴 게 재밌다).^^ 황송해서나 당황해서겠지만, 이 순간에도 다혈질 베드로는 뭔가를 말하는 것
같고, 무릎을 꿇은 이는 잠자코 듣고 있거나 생각에 잠긴 분위기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어서 지나가면서 위치를 바꿔서 한 장 더 찍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교회당의 뾰죽 솟은 첨탑 때문인지 전체적인 안정감은 아무래도 먼저 찍은 게 나아 보이고,
나중 찍은 건 괜히 첨탑이 중앙에 오면서 뒷 건물까지 도드라지는 게 시선을 분산시키고 어수선해
보인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화각과 배경이 바뀌면서 베드로의 얼굴이 조금 더 잘 보이고, 교회당도
조금 커 보이는 변화가 생겼다.
한 장만 살린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무난해 보이는 먼저 찍은 걸 고르겠지만, 함께 올려놓으니
화면에 이야기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한 장만 있었다면 조금 평범하게 보였을 정적인 이미지들이
약간 동적인 느낌을 주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것 같기도 한데,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데선 별로 볼 수 없는 첨탑은 독특해 보이긴 했지만 주위 건물들에 비해 조금 생뚱 맞아 보였고,
쬐만한 교회당 크기와 밸런스가 맞지 않아 다소 어색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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