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여행2 - 어디 있니 남도밥상
Posted 2016. 11. 3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남도 여행의 꽃은 역시 삼시세끼 푸짐한 먹거리다. 멋진 풍경이나 의미 있는 역사적 볼거리도 밥심이 받쳐주어야 신나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래 있는 여수를 안 가기로 했기 때문에 장어는 먹을 수 없지만, 이번 순천여행에선 역시 아래 동네인 보성 벌교에서 잡은 꼬막을 먹고 와야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순천 맛집 검색하면 어디나 꼬막정식을 순천 일미(Best라기보다는 대표할 만한)로 꼽고들 있었다.
순천만 습지 바로 앞에 있는 일품식당이 많이 회자되길래 순천에 도착하자마자 찾아 갔다. 3시쯤 들어갔는데, 넓은 식당에 몇몇 팀이 앉아 있었다. 꼬막과 게장을 함께 주는 정식이 만5천원인 줄 알고 갔는데, 그새 2천원이 올라 만7천원을 받는다. 맛만 있으면야 관광지 밥값으론 봐줄 만한 가격이다. 2인분과 짱뚱어탕(역시 천원을 올려 만천원을 받았다)을 하나 시켰다.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천만 습지에 갈 때 한 번쯤 갈 순 있겠지만, 다시 가고 싶은 집은 아니었다. 꼬막이 찜, 양념 올린 거, 무채와 뻘겋게 버무린 무침(비벼 먹는다)으로 나오는 게 그럴듯 하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낙지호롱과 고등어 조림, 보쌈이 조금 나오고, 전체적으로 20찬 상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리 큰 감동을 받진 못했다. 뻰치 같이 생긴 꼬막 까는 도구를 써 보는 재미가 있지만, 하나하나 맛있는 푸짐한 밥상이란 느낌은 못 받았다.
둘째날 점심엔 중앙시장에 있는 흥덕식당에서 백반(이 집도 천원이 올라 8천원)을 시켰다. 조기찌게와 꽁치구이, 양념게장과 약간의 꼬막이 나왔다. 만2천원 받는 불낙정식도 있지만, 백반에 집중하기 위해 기본을 시켰는데, 열댓 가지 찬을 낸 이 집이 훨씬 맛이 있었다.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먹을만 했다. 절반 값을 내고 만족도는 훨씬 높으니 가성비가 괜찮은 식당이다. 순천에 가면 이 집은 다시 갈 것 같다.^^
이 집도 내가 기대한 소박하지만 끌리는 맛이 있는 잊지 못할 남도밥상은 아니었는데, 계산을 하면서 40년간 밥집을 했다는 주인장과 나눈 대화에서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렸다. 40년 전 2천5백원, 3천원 받을 때 내던 백반이 지금 8천원 받는 상보다 훨씬 푸짐했다는 것이다. 물가가 올라 자기네도 어쩔 수 없다는 솔직한 얘기였는데,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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