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여행4 - 숨은 보석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Posted 2016. 12. 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이번 여행에서 생각지도 않던 행운을 맛봤는데, 낙안읍성 가는 길에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이 있다는 표지판을 본 것이다. 이 잡지를 만든 한창기 선생(1936-1997)은 벌교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벌교와 순천이 가깝긴 해도 순천에 선생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더군다나 이 박물관은 낙안읍성 바로 아래 있어 한 걸음에 두 명소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박정희 유신이 한창이던 일천구백칠십육년 삼월 - 이 잡지의 표기법이다^^ - 월간지 <뿌리깊은나무>가 고고성(呱呱聲)을 울리며 이 땅에 선을 보였다. 순한글 가로쓰기 잡지문화를 이끌기도 했고, 탁월한 문화 감식안으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이 잡지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의 탄압으로 창비 등과 함께 폐간되고, 1984년 <샘이깊은물>로 제호를 바꿔 내기에 이른다.
이 박물관에는 선생이 생전에 수집한 토기, 금속, 유기, 청자, 백자, 회화, 생활용품 등 6,500여 점의 문화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잡지 표지와 지면을 통해 소개되면서 선생의 높은 식견을 드러낸 바 있다. 5년 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단돈 천원을 내고 구경하기에는 아까운데, 나도 이런 게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됐듯이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순천이나 근처 남도에 갈 때 동선이 맞는다면 반드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부러라도 가 봐야 할 곳 리스트에 올려둘 만한 곳이다. 우리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애 낙안읍성 들리기 전에 잠깐 구경했는데, 여기 때문에라도 순천은 다시 갈만한 도시가 됐다. 잠깐 구경하느라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 그리고 <한국의 발견> 등 단행본 자료들을 도서관처럼 마련해 둔 곳이 여기나 다른 곳에 따로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선생에 대해서는 도서관에서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 합본호들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데, 선생의 10주기를 기념해 그의 글을 묶은 『뿌리깊은나무의 생각』, 『샘이깊은물의 생각』, 『배움나무의 생각』(이상 휴머니스트, 2007)은 마니아들에게나 읽힐 것 같고, 그와 교류했던 59인의 추억어린 글을 모은 『특집! 한창기』(창비, 2008)가 재미도 있고 읽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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