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소리, 윤종하
Posted 2017. 3. 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했는데, 꼽아보니 윤종하 선생(1935-2007)이 돌아가신 지 꼭 10년이 됐다. 1972년 성서유니온(SU)을 창립하고 그 이듬해부터 <매일성경>을 만들어 신자 개개인이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큰 틀을 놓았던 어른이었다. 신학교를 나오거나 목사 안수를 받지 않았지만, 소위 전문가들보다 더 해박하게 성경을 읽고 해석해 명쾌하게 강의하는 몇 안 되는 성경교사(Bible Teacher)셨다.
『광야의 소리, 윤종하』(성서유니온, 2017, 367면 양장)는 선생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선생과 함께했던 이들이 선생의 삶과 사역을 추억하고 되살리는 책이다. 선생과 함께 성서유니온을 시작했던 영국 OMF 선교사 세 분(Peter Pattisson배도선, John Wallis원의수, Nic Deane임익선)의 서문에 이어 손봉호, 박은조, 이진섭, 박대영 등이 선생의 신학과 사역을 미니 평전 형식으로 정리하고, 말미에 이승장, 박동희, 도문갑, 김한식 등이 선생에 대한 추억어린 소회를 들려준다.
중간에 백 페이지 가까이 선생의 강의를 정리한 글 두 편이 눈길을 끄는데, <성경묵상과 우리의 구원> <하나님의 지혜인 십자가>는 제목만으로도 선생의 육성과 체취를 느끼게 만드는, 선생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18번 강의였다. 로마서, 창세기 등 성경 책별 강의나 구원론,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인도 등 주제별 강의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을 정도로 깊고 명쾌해 문자 그대로 주옥 같은 강의들인데, 요즘엔 usb로나 파일을 다운 받아 들을 수 있다.
광야의 소리란 제목은 세례 요한과 함석헌 선생을 떠올리게 하지만, 주류 제도권에선 환영 받거나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면서도 올곧게 성경을 풀어 가르쳤던 선생과 잘 어울리는 칭호란 느낌이 들었다. 문득 선생이 SU 총무 시절 냈던 존 스토트의 『논쟁자 그리스도』(1970년에 Christ the Controversialist란 제목으로 초판이 나오고, 2013년에 But I Say to You로 제목이 바뀐 개정판이 나왔다)가 선생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오버랩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을 처음 만난 건 78, 9년쯤 대학 시절이었는데, 한동안 거의 매주 따라다니며 강의를 듣다가 몇 년 뒤 결혼식 기도를 부탁드렸을 때 흔쾌히 오셔서 독특하게 에베소서 전체를 풀어가며 축복해 주신 게 기억이 난다. 월요일 저녁 북콘서트에 앉아 있노라니 선생과의 이런저런 만남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그동안 묵혀두었던 선생의 강의를 하나씩 새로 들으면서 다시 삶과 생각들을 정돈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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