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현상
Posted 2017. 4. 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다작(多作) 강준만 교수의 신작 『손석희 현상』(인물과사상사, 2017)을 읽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손석희와 그가 이끄는 jtbc 뉴스는 멸종 위기의 식물충이 된 지 오래인 공영방송을 훌쩍 뛰어넘어 탄핵정국을 점화, 유지하는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회와 구이란 말이다)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손석희도 흥미로운 인물이지만, 전성기는 지난듯하지만 천하의 강준만이 자료를 들이대며 분석한 글도 외면하기 어려웠는데, 강 교수의 다른 책들처럼 어렵지 않게 술술 잘 읽혔다.
강 교수는 손석희 표 뉴스를 jtbc로 옮기면서 표방하기도 한 팩트, 균형, 공정, 품위란 네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는데, 대부분 끄덕여지는 것들이다. 저널리스트와 언론인이라면 그 중 하나나 둘만 갖추어도 상당한 미덕일 텐데, 무슨 피겨 스케이팅도 아닌 게 트리플 크라운도 아니고 쿼드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기다니, 왕년의 싸움닭 강 교수도 슬슬 나이를 먹는 모양이라 보기 나쁘지 않았다.^^ 두어 해 전 강 교수가 『싸가지 없는 진보』를 냈을 때 손석희가 뉴스룸에 초대해 인터뷰한 기억도 있어 흥미로웠다.
아나운서로 입사한 문화방송 시절부터 그의 삶의 굴곡이 될 만한 시점을 일종의 연대기별로 나눠 정리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거의 절반의 분량을 mbc 시절에, 그보다 조금 많은 분량을 최근 4-5년간의 jtbc 실험에 할애하는 것도 흥미롭다. 독자들에게 손석희라는 (거의 절대적으로) 신뢰 받는 언론인의 생각을 그려보는 데 필요한 자료들과 관점들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다. 그건 그렇고, 강 교수의 작업 스타일을 짐작해 볼 때 어째 조만간 유시민 현상도 나올 것 같단 느낌도 슬쩍 받았다.^^
손석희는 "스토리만 있고 히스토리가 없고, 텍스트는 있는데 콘텍스트는 없는 뉴스"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그 연장선상에서 1분 30초짜리 백화점식 보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 못지않게 '어젠다 키핑'의 중요성과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강조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285면, 맺는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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