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5-켄싱턴스타호텔

런던 시내를 오가는 멋드러진 빨간색 2층버스 두 대가 시내가 아닌 산정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 곳은 켄싱턴스타호텔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을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데,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를 수 있고, 울산바위(3.7km)와 비선대(2.9km)가 가깝고, 최고봉인 대청봉은 10.9km 거리다. 무료숙박 기회가 생겨 처음 묵었는데, 쾌적한 휴식과 함께 층별로 꾸며 놓은 테마 전시품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업그레이드 행운까지 주어져 원래 예약했던 방보다 큰 방이 배정됐는데, 우리가 묵은 방은 <파이란>에도 출연했던 중국 여배우 장바이즈(張柏芝)가 반겨주는 612호실이었다. 오랜만에 쾌적하고 좋은 호텔에서 쉬게 돼 기분이 좋았고, 오전 운전과 오후 산행의 피로를 한결 씻어 주었다. 속초에서 저녁을 먹고 온 다음에는 탄핵이 결정된 날인지라 관련 뉴스가 궁금해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TV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호텔은 이름처럼 5-8층 복도를 영화배우, 탈렌트, 가수, 스포츠 스타들과 외국 유명 인사의 방문 기념 사인이나 기증 또는 수집 물품으로 디스플레이해서 둘러보는 재미를 주었다. 물론 아주 대단한 인사들이나 물품은 아니고, 개관 시점에서 한데 모아 보기 적당한 수준의 컬렉션이었다. 그 중 내 눈길을 끌고 킥킥 웃게 만든 건, 복고풍이 묘하게 어울리는 3각 관계였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코너도 있었는데,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등반가 박영석이 안나푸르나 등반 때 입었다는 등산복과 등산화가 진열된 코너였다. 그가 히말라야에서 신었던 2중 등산화는 생각보다 수수하고 조촐해 보였다. 다른 스타들도 의미가 있지만, 설악산 자락에 있는 호텔이니만큼 가장 빛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