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개평
Posted 2017. 3.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예전 명절 때 형제들이나 손 위 사촌 형들과 친목도모 화합증진 고스톱을 칠 때면 딴 측이 많이 잃는 쪽에 조금 떼어 주는 개평이란 게 있었다. 그보다 더 어렸을 땐 동네 친구들이나 학급 친구들과 구슬치기나 연필 따기 놀이를 할 때도 존재했던 미풍양속이었다. 사전에도 나오는 걸 보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뿌리 깊은 민속 예절인듯 싶다. 이런 쪽엔 그리 실력이 없어 준 적은 거의 없고, 두어 번 받아보기만 한 것 같다.^^
토요일 아내는 파마하러 가고, 늦잠을 잔 아이들이 브런치를 뚝딱 해 먹으면서 개평을 주었다. 연어구이와 소시지, 닭꼬치를 메인으로, 샐러드는 로메인 상추로, 밥 한 덩이에 낙지젓 약간 해서 뭐 비주얼은 그럴듯해 보였다. 기대치도 않았는데 작은 접시에 꼬치 한 덩이와 로메인 상추를 담아주었는데, 지들만 먹기 뭐하니까 일종의 개평으로 나눠 준 것이다.
개평은 별 거 아닌 게 흡족하진 않아도 빼먹으면 서운해진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번 판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판가름 났지만 다음 번 전세가 얼마든지 역전될 수도 있으므로 그때를 위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드는 것일 수 있다.^^ 닭꼬치 하나 얻어 먹으면서 별생각을 다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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