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돌담 축성의 미학
Posted 2017. 4.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식목하기 좋은 계절이 오기 훨씬 전, 그러니까 2월말에서 3월초 무렵부터 겨우내 놀고 있던
모락산 초입 텃밭은 슬슬 봄맞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굳었던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물도 주면서
잔 돌들을 쌓아 경계를 지은 밭도 생겼다. 세 마지기, 까지는 아니고 세 구역을 돌로 쌓아 놓았는데,
그 중 가운데 쪽으론 제법 큰 돌을 날라다 마치 돌담을 쌓듯 이쪽 저쪽을 경계짓고 있었다.
지나다니며 보는 이들에겐 단조로워 보이지 않아 좋았지만, 쌓는 이들은 크고 쿠거운 돌을
집어 나르느라 힘깨나 들었을 것 같다. 가만 보니, 그냥 경계만 이루려 쌓아 놓은 게 아니라 적당한
모양을 이루며 거의 틈새 없이 놓인 게 나름의 미학도 보였는데, 이쯤 되면 농사에만 능한 게 아니라
축성(築城)에도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반대로 생각해도, 이렇게 가지런히 돌을 쌓는 이가
아무렇게나 텃밭을 가꿀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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