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Posted 2017. 4.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걸신 들린 것까진 아니어도 계속 입맛을 땡기게 만드는 밥도둑 메뉴가 있으신지? 사람마다 자란 지역이나 형성된 입맛에 따라 꼽는 밥도둑들이 다양하고 다채로울 텐데, 내겐 그 중 하나가 김밥이나 월남쌈일듯 싶다. 군만두, 순두부찌개, 고등어구이 등 일상음식부터 맛갈진 간장게장, 칼칼달달한 갈치조림 등 웬만한 음식들은 다 좋아해 이 둘을 딱히 밥도둑이라 부르는 게 약간 어폐가 있긴 하지만, 앞에 차려지면 정신없이 먹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런 영예를 줄만하다.
두어 주 전에 노모를 뵈러 온 누이가 집에 머물면서 월남쌈을 만들어 놓았다.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을 썰어 가지런히 정돈해 놓은 게 누가 이 집의 주인인지 잠시 착각하게 만들었다. 대접에 담긴 뜨거운 물에 잠깐 넣었다가 꺼낸 쌈 페이퍼에 한 조각씩만 집어와 말아도 금세 두툼해지는데. 은근히 많이 먹힌다. 속초에서 사 온 김에도 싸 먹었는데, 이건 와사비 푼 간장에 찍어 먹는다. 쌈 페이퍼 자체가 쌀로 만든 거니 밥을 안 넣어도 밥도둑 되시겠다.^^
월남쌈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그 다음 주 어느날 퇴근한 아내가 역시 이것저것 있는 재료를 대충 뚝딱 썰어 접시에 담았다(모양을 안 낸 거니 찍지 말라 성화였지만, 쓸 데가 있다며 실갱이 끝에 겨우 한 장 찍었다.^^) 김 위에 밥을 반 젓가락 정도 납작하게 편 다음에 그 위에 한두 개씩 얹어 싸 먹으니 마끼가 따로 없었다. 색다른 김밥 먹는 기분으로 역시 정신없이 싸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국이나 찌개 없이도 술술 잘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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