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건강한 밥상
Posted 2017. 4.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5백 미터대로 그리 높지 않은데다 동서남북에 문이 있어 사시사철 사방에서 걸어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하남광주와 성남 양방향에서 차로 와서 산성 나들이하는 인파가 붐비는 남한산성엔 전부터 닭백숙집이 많았다. 올 들어 처음 가 보니, 아예 백숙거리란 이름과 함께 수십여 집 밀집한 음식점지도까지 그려 놓을 정도로 닭과 오리탕이 성황이다. 보통 땐 혼자 가거나 아내와 가서 딱히 식당에 들릴 일이 없었는데, 토요일 점심으로 오리탕 먹자니 식구들이 반색하고 따라나섰다.
산성 음식점들은 오리나 닭백숙, 닭도리탕을 보통 5-6만원 받는데, 이 집은 다 먹은 다음 누룽지로 죽을 끓여 주는 것까지 5만원을 받아 식당 이름이 무색해 보이지 않았다. 엄나무를 넣은 오리백숙을 시켰는데, 진하면서도 맑은 국물이 시원했다. 보통은 불판 앞에 앉아 덜어주다 보면 내 차지가 안 되는 튼실한 다리 하나도 간만에 득템했다.^^ 네 식구 먹기에 조금 부족하면 녹두전이나 도토리묵을 시킬 요량이었는데, 점심상에 죽까지 먹으니 다들 배불러 했다.
찬은 많지도 적지도 않게 럭키 세븐이 나왔는데, 어느 것 하나 넘치거나 처지지 않아 이 또한 식당 이름에 걸맞는 건강한 반찬들이어서 남길 게 없었다. 가늘고 얇게 채썬 무채 샐러드도 훌륭했지만, 깻잎과 무쌈을 한 장씩 세트로 가지런히 재놓은 것도 리필을 불렀다. 맛있는 식사 후엔 북문에서 시작해 서문을 거쳐 수어장대를 구경하고 남문까지 시간 반 정도 천천히 산책하면서 배를 꺼뜨리고, 가배산성(咖啡는 커피의 한자음역)이란 딱 어울리는 이름의 커피샵에서 커피 한 잔씩 하고 내려왔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 해 본 된장찌개 (0) | 2017.04.21 |
---|---|
대통밥 수라찜 (0) | 2017.04.13 |
밥도둑 (0) | 2017.04.08 |
명랑 핫도그 (0) | 2017.04.07 |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0) | 2017.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