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를 깨는 조화
Posted 2017. 6.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보도블럭 위에 놓인 운모화분들 가운데 유난히 크고 화사한 꽃이 만발해
단연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봄가을 지자체에서 일꾼들을 동원해 두세 차례 작은 꽃들을 심어 거리
풍경을 바꾸곤 하는데, 이렇게 큰 꽃들은 거의 본 적이 없어 신기했다. 보통 심어놓으면 두어 주 정도
반짝 빛나지만, 따로 물을 주거나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 같진 않아 비가 안 오고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말라서 볼품이 없어지고, 그러면 다시 뽑아버리길 반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데 이렇게 풍성하게 꽃이 필 리 만무해 가까이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생화가
아니라 조화(造花)였다. 거리 미관은 유지해야겠고, 일일이 관리하긴 어려우니까 누군가 아이디어를
낸 모양이었다. 물을 안 주어도 되고, 오래도록 시들지 않고, 지나다니는 이들이 얼핏 볼 땐 만발한
꽃으로 봐줄 테니 단조로움도 깨고 번거로움도 피하는 묘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조화를 많이 심어놓아서인지 이내 눈길을 거두었다. 한 눈에 조화란 게 금세 티가
나고, 인공적인 분위기가 너무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작은 꽃들을 심을 때도 아담한 분위기를
내기보다는 조금 정신없을 정도로 많이 심는다 싶었는데, 조화마저도 영 조화(調和)가 이루어지지 않게
아무렇게나 막 꽂아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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