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가 걸려 있었다
Posted 2017. 7.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등산로 옆 작은 텃밭에 두세 주 전부터 장화 한 켤레가 걸려 있었다. 고추를 심었는지 지지대를
꽂고 줄로 두세 줄 빙빙 둘러 놓았는데, 왼발과 오른발이 각각 하나씩 지지대를 차지하고 딛고 있던
땅을 떠나 허허로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연일 가뭄이 계속되고 있고, 장화를 신어야 하는 진 땅이나
물고랑이 없는 곳인지라 텃밭 농사와 고무장화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다.
한 주 뒤에 지나가면서 잘 있나 힐끗 쳐다보니 그새 신었다가 벗고 다시 걸어 놓았는지 모양이며
간격이 달라져 있었다. 거의 붙어 있던 발끝이 평행으로 벌어져 있는 걸 보니 그 사이에 제법 노동의
고단함이 있었던 모양이다. 장화 밑창이 선명한 걸로 봐서 산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새 것인데, 까짓 거
누가 가져갈 테면 갖고 가라는 배포도 읽혔다. 암만 봐도 농사에 직접 쓰이기보다는 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을 보면서 신이 나 어깨 들썩이며 춤을 추다가 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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