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무대
Posted 2010. 10. 9. 01:32,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목요일 점심 시간. 계원대학 운동장에 공연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주말에 있을 백운예술제
메인 무대로, 제법 큰 규모였다. 철제 빔을 조립해 기둥을 세우고, 조명도 달고, 카메라가
올라갈 건지 프로듀서가 올라갈 건지 지휘탑도 한쪽에 서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모르긴
해도 무대에 스모그 효과 내기 위해 가스통도 한쪽에 준비해 뒀을 것이다.
조금 큰 규모의 행사를 맡아 해본 이들은 안다. 무대가 폼나게 설치된 것과 그렇지 않고
대충 시늉만 냈을 때 관객의 반응이 천지차이라는 것을. 그날 프로그램이 어떻고, 무대에
누가 서느냐도 중요하지만, 무대 설비 자체도 중요하다 못해 필수적이 되었다.
이렇게 산과 학교를 끼고 있는 천혜의 야외 무대뿐 아니라 실내 강당에서 치르는 행사도
무대 장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행사를 한 번
치르려면 무대 설비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든다. 이 정도 규모면 최소 5천은 들지 않았을까.
금요일 점심 시간. 어제에 이어 다시 산책길에 나섰는데, 어제보다 무대가 많이 꾸며져
있었다. 행사 현판도 세워 놨고, 뒷 배경 그림도 판자를 이어 붙여 행사 분위기가 한결 솔솔
피어 오른다.
무대 설치는 전형적인 노가다 작업이다. 여기는 어떤지 몰라도 대개 넉넉하게
시간을 주는 법이 없다. 가령 어떤 교회에서 월요일부터 행사를 하려면 보통 24시간 전,
그러니까 주일 아침이나 점심부터는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교회들이 저녁 프로그램까지
다 마치고 그제서야 설치를 허락하기 때문에 십중팔구는 밤샘 작업을 해야 한다.
시에서 하는 예술제라 조금 사정이 낫긴 하겠지만, 여기도 그리 넉넉치 않은 인원이
역시 충분하지 않은 예산을 갖고 머리를 짜냈을 공산이 크다. 노가다엔 낮밤도 없고,
남녀도 없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제법 축제 분위기가 나는 무대가 꾸며지고 있었다.
무대 아래 운동장에는 의자가 깔리면서 객석을 이룰 것이다.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삼삼오오 웃음꽃을 피우며 무료공연을 즐길 것이다. 가을 저녁이라 관객들이
고급 공연장처럼 내내 앉아 있진 못할 것이다. 그래선지 주변에는 각종 음식 파는
코너들도 자리하는 것 같다. 커피하고 오뎅이 불티나게 나가겠군.
동네 축제가 다 그런 거지, 뭐.
무대는 관객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본 기능은 출연자들이 설
무대 바닥을 튼실하게 꾸며야 한다. 이틀간 뮤지컬 갈라쇼도 하고, 남진, 유심초, 장윤정도
선다고 한다. 스타들은 분위기를 띄우고, 관객들은 열띤 환호와 박수로 화답할 것이다.
집에서 가까우면 행사 당일 밤에 와서 완성된 무대를 구경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 올 여유는 없다. 그저 동네 주민들이 많이 와서 흥겨운 시간을 가져줌으로써
며칠 간 애쓴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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