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한마리와 닭똥집 마늘구이
Posted 2017. 9.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간만에 주일예배를 오전에 드리고 정말 오랜만에 충무로 뒷골목에서 점심을 먹었다. 영락교회와 명보극장 사이 먹자 골목에 있는 대성 닭한마리는 20년 전, 그러니까 인쇄 골목이 아직 쇠퇴하기 전애 털보 부대찌개와 더불어 자주 가서 줄 서서 먹던 집이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식당 구조는 그대로였고, 전보다 살짝 심심해지긴 했지만 국물맛도 여전했다. 주변에 회사들이 많아서인지 닭곰탕이나 닭육계장, 닭칼국수 같은 점심 메뉴들을 예전과 같은 6천원을 받는 것도 므훗해 보였다.
한겨울엔 팔팔 끓여 뜨끈한 국물 한 입으로 추위를 녹이고, 한여름엔 에어컨이 무색해질 정도로 땀 뻘뻘 흘리며 먹는 닭한마리(2-3인분 만8천원)는 여기저기 맛집이 많은데, 이 집도 한 맛 하는 집이다. 떡복이떡부터 건져 먹고, 팔팔 끓으면 닭고기와 감자, 대파 등을 쏘스에 찍어 먹는데, 겨자와 다대기를 풀어 알싸한 맛이 계속 당기게 만든다. 공기밥을 시키거나 다 먹고 볶음밥이나 칼국수를 끓여 먹어도 되지만, 우린 그냥 찌개만 연신 퍼먹었다.
술꾼들을 위한 닭똥집 마늘구이(만원)가 히든 메뉴로 따로 써 붙여져 있었는데, 안 시켰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메뉴인데, 손님이 없는 주일 낮에 시켜서인지 안 팔듯 하다가 볶아주었는데, 만원 한 접시가 튼실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소시지나 햄볶음은 울고 갈 정도로 오동통통 쫄깃쫄깃 뽀드득한 맛이 일품이었다. 슬라이스 마늘과 맵지 않은 고추와 함께 볶은 다음 깨를 듬뿍 올려 술을 술술 부를 것 같았는데, 우린 그냥 찬으로 마구 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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