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Triology 2 - 육회
Posted 2017. 10.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어렸을 때 육회는 웬만한 음식들이 그러했듯 어른들의 음식이었다. 애들은 가야 하는, 맛도 볼 수 없는, 어쩌면 한 입 줘도 쉽게 먹기 어려운 날고기였으니 그 신비를 푸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게다가 찬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술안주로나 입에 댈 수 있는 걸로만 알았으니 주당도 술과도 아닌 나로선 언강생심 혀끝에 그 차갑고 촉촉한 맛을 영접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몇 해 전에 비해 광장시장엔 육회집들이 여러 군데 더 생긴 것 같았다. 술 안주로는 물론이고 그냥 먹을 수도 있는 육회는 한 접시에 만2천원을 받는데, 낙지탕탕을 섞어 더 푸짐하게 내기도 하고, 간과 천엽도 시킬 수 있다. 대낮인데도 빈 자리가 없었는데, 채 썬 배 위에 밑간한 육회를 수북하게 담고 노른자와 깨를 풀어서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맛이 그만이다. 쇠고기를 먹으면서 또 쇠고기 무국을 떠먹는 맛도 일품이다.
함께 간 막내는 육회비빔밥 특(만원, 보통은 6천원)을 시켰다. 재료 맛을 음미하게 하기 위해 고추장 같은 강한 맛은 섞지 않는데, 꼭 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아니라면 그냥 육회를 시켜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술 없이도 한 끼 훌륭한 식사가 된다). 식당 안보다 바깥쪽에 오픈된 냉장고에서 바쁘게 접시에 담는 모습과 끓는 국통 그리고 대기줄도 시장 육회맛 만큼이나 볼만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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