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삼년 밥상
Posted 2010. 10. 13. 14:17,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거문도가 고향인 소설가 한창훈은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고 했다. 낚시로 잡은 각종 물고기를 회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근처 식당밥이 편하긴 해도 가끔 허기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바다까진 뭐하고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서 백운호수변의 식당에서 조금 풍성한 식사를 하곤 했다.
어제는 백운호수로 가지 않고 그 옆길로 해서 산길을 조금 가면 나오는 능안마을의 식당을 찾았다. 한정식이라기엔 뭐하고 전라도 밥상처럼 반찬이 열대여섯 가지 나오는 집이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계란찜과 약간 단맛이 나는 호박 갈아 만든 전이 식욕을 돋궈 준다.
칼칼한 된장찌게 맛이 자꾸 숟가락질을 하게 하고, 고등어구이도 실하다. 어떤 땐 조림으로 나온다. 사진엔 안 나온 찬까지 스무 가지나 되는 반찬에 젓가락이 한 번씩만 가도 밥 한 그릇이 뚝딱인데, 아무래도 이런 집은 과식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돌솥밥이니 누른 밥까지 먹어야 한다. 이쯤 되면 양이 장난이 아니다. 결국 조금씩 남겨야 했다. 전성기 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찬은 아주 특별한 건 없지만, 일단 가짓수가 많아 대접 받는 느낑이 들고, 생선과 찌게가 기본 이상은 된다.1인분에 만원인데, 그값은 충분히 하는 것 같았다.
서당개 삼년이란 식당 이름이 재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신탕집인데, 언제 한 번 개 혀는 이들과 와 봐야겠다. 난 그리 잘 혀진 않지만, 그렇다고 못 혀지도 않는다. 산기슭에 있어 경치는 기본이다. 주변에 다른 식당이 십여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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