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생긴 나무들
Posted 2018. 1.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관악기 중에 관이 무척 굵고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는 튜바란 악기가 있는데, 와이카토 대학 숲길에서 튜바처럼 생긴 나무를 봤다. 사실 튜바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기괴하고 공포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는데, 한 뿌리에서 굵게 가지를 치며 각각 번듯한 일가를 이룬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지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서 있어야 했다. 그 옆에 서 있는 나무는 반대로 가지들이 안으로 안으로 변주를 하는데, 쭉 뻗은 게 트럼본처럼 생겨 보였다.
와이카토 캠퍼스 숲길에선 커다란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개성 있게 성장하면서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입 벌리고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처지는 게 없이 높이와 굵기와 모양새에서 우리땅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떡하니 자리들을 잡고 있었다. 도대체 이들을 받쳐주고 있는 땅속 뿌리는 어떻게 생겼기에 이렇게 거대한 나무들을 지탱하며 버텨주는 걸까.
그 중 어떤 나무는 울퉁불퉁, 우락부락 튀어나온 가지를 감추려는듯 작고 푸른 잎들을 맺고 있었는데, 윗 부분은 거의 감쌌지만, 땅과 가까운 기둥 부분까진 미처 손을 쓰지 못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래선지 몰라도 다른 큰 나무들 주위는 잔디를 심지 않아 맨땅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이 나무는 잔디라도 바짝 자라게 해서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것 같았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숲길을 가꾸는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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