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한 눈빛, 매끈한 손짓
Posted 2018. 1. 1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산길을 걷다 보면 종종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이는 나무들을 보게 된다. 대개 서 있기보다는 누워 있는데, 부러지거나 꺾여서 볼품 없어져 그냥 방치돼 나뒹굴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부서지고 바스라지고 퇴색하면서 저도 모르게 다른 형상을 하게 된 고사목들이다. 뉴질랜드 바닷가를 거닐면서 이런 나무 형상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식물이지만 동물 형상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해 보였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실제 동물보다도 더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일단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겁 많고 소심한 나도 가까이 가서 보거나 만져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죽은 나무인데도 무섭고 오싹하게 만드는 눈매며 표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갑자기 움직이면서 긴 혀를 쑥 내밀며 공격해 오지 않을 걸 알기에 안심하고 다가서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형형한 눈빛이 압도해 온다.
그 전 날 다른 갯벌에선 정말 악어를 닮은 모습을 한 것도 볼 수 있었는데, 몸체를 반쯤 갯벌에 담그고 SSG(쓱이라고 읽는다^^) 기고 있는 눈매가 더 사나워 보이는 게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상상을 더 보태자면, 반동강이 난 게 아니라 어쩌면 중간 부분을 갯벌 속에 휘어 감고 있는 한 몸인지도 모른다.^^
해안가 바위 틈 사이에 놓인 매끈해져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부러진 가지도 상상력을 자극하긴 매한가지인데, 어쩌다가 심겨졌던 데를 떠나 이렇게 멀리 여기까지 밀려와 바위 틈새에 끼어 있는 신세가 된 겐지 궁금해진다. 당연히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 얼마나 오래 바닷물 샤워를 했으면 이렇게 됐을까 싶어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잊은 채 한참을 바라보다 왔다.
'I'm traveling > Kiwi NewZea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하게 생긴 나무들 (0) | 2018.01.15 |
---|---|
NUNEDDINE (0) | 2018.01.14 |
Kawau섬 여행 4 - Attention is killing me (0) | 2018.01.11 |
Kawau섬 여행 3 - 공작 쇼 (0) | 2018.01.10 |
Kawau섬 여행 2 - 어느 멋진 날 (0) | 2018.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