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 Stay 2 - 목장 친구들
Posted 2017. 12. 1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허스트미어 별장(Hurstmere Cottage)은 넓은 목장과 포도밭을 끼고 있었는데, 주로 실내에 머물면서 먹고 대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근처 여기 저길 구경하러 다니느라 막상 목장 주변 풍경을 구경하진 못했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토요일 늦은 밤까지 대화를 나누다가 다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침 이른 시간에 농장 아랫쪽까지 한 바퀴 산책하면서 주위 풍경을 익혔다.
넓은 초원엔 말 두 마리가 유유자적 나란히 풀을 뜯고 있었는데, 등에 커다란 포대기를 걸친 게 특이해 보였다. 한밤과 새벽의 찬 공기로부터 말을 보호하는 것 같았는데, 발에 끼워 입히진 않고 등판과 엉덩이 부분만 덮고 있었다. 마침 돌아서길래 지켜보니 지퍼와 벨트 등 갖출 건 다 갖춘 제법 세련된 스타일이라 거추장스러워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울타리 안엔 까만 소 한 마리만 외로이 풀을 뜯고 있었는데, 멀리 서 있지만 풍채가 당당했다. 누군가 자길 지켜보는 낌새가 느껴졌는지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올듯한 포즈로 응시해 오길래 순간 놀라서 후다닥 걸음을 옮겨야 했다. 축사가 따로 있겠지만, 그 날 새벽 넓디 넓은 목장에서 내가 본 건 말 두 마리와 소 한 마리였는데 나를 노려보는 포스는 사진에 잡힌 것 이상으로 으스스 강렬했다.
농장 투어를 제대로 한 건 아니지만, 산책하며 본 느낌만으로도 동물들이 좋은 환경 아래 방목되면서 대접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어지간한 데서 볼 수 있는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양떼는 이 목장엔 다른 데 있는지 볼 수 없었는데, 대신 와이카토 캠퍼스에서도 본 마오리 오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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