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의 아카시아 콩깍지
Posted 2018. 1.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큰 눈이 내리진 않아도 겨울철 동네산들은 평지와는 달리 조금 내린 눈발을 마치 아끼기라도
하듯 오래 간직하면서 추위에도 모처럼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섭섭하지 않을 눈길과 설경을 선사한다.
모락산에도 눈이 그리 두껍게 쌓이진 않았는데, 그 위로 벌써 산을 오르내린 얼리버드들의 등산화
자국과 스틱 자국 그리고 아이젠 자국까지 촘촘하게 섞여 얼핏 분간이 안 됐고, 간혹 바스러지다
만 낙엽도 군데군데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에 아카시아 콩깍지(3/26/17) 하나 굴러와 마치 보드나 스키라도 타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자리잡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면 두세 개가 함께 놓여 있기도 한데, 깍지 위라 하더라도
춥긴 매한가지일 텐데, 그래도 꿋꿋이 참고 견디고들 있다. 깍지에서 벗어난 씨앗들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지 몰라도, 이런 눈발을 자양분 삼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만만치 않은 미션을 죽어라고 통과하고 있는 것 같아 춥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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