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것들
Posted 2018. 3.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삼삼절이다. 겨우내 공터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모락산 산기슭 텃밭들이 슬슬 봄맞이를 시작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기엔 아직 일러 외관상 이렇다 할 변화는 없지만, 지난 겨울 몇 번 쌓였다 녹기를
반복한 눈과 늦가을부터 굴러 와 쌓인 낙엽들이 비바람을 맞으면서 대지를 적셔 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봄부터 가을까지 가물 때마다 물을 공급한 플라스틱 양동이들과 물병들인데, 한철 소임을
마치고도 귀가하지 않고 한데(露地) 모여 긴긴 겨울을 함께 버텼다.
농부가 바지런하고 꼼꼼한지, 어깨를 맞대고 빈터에 일렬로 서 있거나 누워 있는데, 모양과 크기,
색은 달라도 마치 옆으로 옆으로 물을 보내는 모양을 하고 있다. 수도 장치가 없는 저기까지 싣고 들고
오는 수고를 셀 수 없이 했을 테고, 올봄 올여름에도 제법 땀깨나 흘리겠지만 결실을 바라며 땀과 수고를
감내할 태세다. 다른 쪽의 작은 텃밭 귀퉁이에도 물통 5총사(양동이, 쌀통, 김치냉장고 보관용기, 세숫대야,
물뿌리개)가 나란히 서서 작년에 쓰다 만 퇴비푸대와 함께 다시 쓰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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