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
Posted 2018. 4.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요즘은 웬만한 등산로마다 경사진 곳엔 안전 로프가 설치된 곳들이 많이 보인다. 웬만하면 이런 거
없이 그냥 두어도 될 것 같은데, 등산객이 늘면서 생긴 풍경 가운데 하나이다. 양쪽으로 설치된 곳도
있지만 한쪽에만 설치한 구간도 많고, 맨땅에도 있지만 계단 구간엔 양쪽으로 든든하게 설치돼 있다.
몇 백 미터 안 되는 동네산들은 보통 땐 굳이 없어도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눈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한겨울이면 붙잡고 내려오면서 이런 구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곤 한다.
나같은 오지랍퍼들은 간혹 이런 구간을 만나면 어떻게 힘을 받아 팽팽하게 유지되는지 궁금해져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한다. 두꺼운 로프의 위 아래 끝부분은 고리를 만들어 쇠고리에 끼우고 두꺼운
볼트와 넛트로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테이프로 힘을 주어 둘둘 말아 묶어 놓은 데가 많다. 밧줄을 건 길다란
쇠고리는 다시 땅속에 고정시키는데, 힘을 받게 하려고 땅을 파고 묻은 시멘트나 콘크리트 덩이와
연결시켜 여간해선 뽑히거나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
당연히 쉬 풀리지 않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해 설치하고, 로프의 두께나 끝부분의 이음새를 보면
여간해선 풀릴래야 풀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간혹 시간이 흘러 느슨해지거나 무슨 까닭인지
땅속에 박혔던 게 밖으로 노출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생긴다. 전에는 그냥 방치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발견한 누군가가 지자체 관리부서에 알리면 바로 보수해 놓곤 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저 팽팽한
긴장은 산행의 힘듦과 그러면서도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상징 장치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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