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사이로 멋진 하늘
Posted 2018. 3.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비가 내리면 그 다음날이 좋다. 봄비로 미세먼지 같은 게 씻기면서 우중충하던 풍경을 말끔하게
바꿔놓기 때문이다. 산에라도 오르면 공기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고, 나무며 흙도 물기를 머금어
생기를 띠고, 무엇보다도 시야가 탁 트인 건너편 풍경이 시원하고 상큼해진다. 그래서 가급적 비가 온
다음날이면 산에 오르려 하는데, 목요일 하루 종일 내린 가랑비로 금요일 점심 사인암까지 갔다 오는
길이 상쾌하고 충만했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중턱쯤에서 잠시 서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봤다.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들은 마른 잎이 죄다 떨어졌지만 옆에 있는 사철 푸르른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흰 구름 둥실 떠 있는 맑은 하늘 풍경이 아주 볼만 했다. 하늘색이야 사철 다를 바 없고 마음이 오르내리는
거겠지만, 구름의 변주에 따라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3월 초봄 하늘이 꼭 7, 8월 한여름
같기도 하고, 9, 10월 한창 때 가을 하늘을 보는 것처럼 색감이 참 높고 깊어 보였다.
그러고보니 온 산을 차지하고 있는 참나무 6형제(신갈, 떡갈, 상수리, 갈참, 굴참, 졸참)에 밀려서인지
그 동안 소나무들에 별로 눈길을 안 준 것 같다. 아무 데나 있고 늘 곁에 있다고 여겨서인지 따로 소나무
숲길이라 이름 붙인 데나 가야 잠시 솔향에 젖을 뿐, 보통 땐 눈높이로 보이는 거친 나무 껍질만 스치고
지나쳤다. 나뭇잎들이 울창하게 자라는 신록이 되면 가느다란 소나무 잎은 가려서 잘 안 보였기
때문인데, 올봄엔 고루 눈을 맞추고 거친 껍질을 살짝 쓰다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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