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리렴
Posted 2018. 4.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등산로 초입에 있는 텃밭 한 귀퉁이에 뭘 심었는지 비닐이 덮여 있었다. 비닐하우스처럼 반듯하고 크게
세운 농사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었고, 그저 씨를 뿌리고 그냥 둘 수 없어 뭐라도 덮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조촐한 수준이었다. 농사를 모르는 나로선 가벼운 온실 효과를 주려는 건지, 아니면 얕게 심긴 씨앗이 비바람에
흘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뭔가 보호의 의미가 있는 것 정도는 짐작이 됐다.
바람에 벗겨지지 않도록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잔 돌과 나뭇가지를 귀퉁이에 올려놓았는데, 저게
제대로 힘을 받으려나 모르겠다. 호미로 비닐 끝부분의 땅을 파서 흙속에 집어넣는 게 더 안전해 보이지만,
그런 노동까진 필요없었는지 귀퉁이에 조금 묵직한 돌덩어리를 올려 놓는 정도였다. 이삼일 뒤 가 보니,
그 사이에 제법 보온이 됐는지 비닐 속에 습기가 조금 차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좀 더 따뜻해지면
싹이 나오고 비닐을 벗겨 얼굴을 드러낼 모양인데, 뭐가 심겼는진 그때쯤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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