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시계방향으로 오르기
Posted 2018. 4.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식목일 전 날 아침 모임을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검단산(657m)에 갔다 왔다. 탁상 칼렌다를
보니 올해는 강추위를 구실로 유난히 게으름을 피웠는지 놀랍게도 첫 석 달 간 다녀 온 기록이 없다.
그러니까 올해 첫 검단산행이었는데, 지난 십여 년간 한창 땐 매주 또는 격주, 그 다음엔 매달 혹은 격월로
다녔는데, 음~ 좀 심했다. 새벽에 비가 오긴 했지만, 기온이 올라 이제 더 이상 추운 기운은 없어
배낭도 안 매고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귀에 이어폰만 꽂고 길을 나섰다.
산곡천변 벚꽃터널이 거의 절정을 이루고 있어 사진 몇 장 찍고 개울 건너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
주차장 입구부터 슬슬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검단산을 시계방향으로 오르는 주등산로인데, 이번에
보니 이정표가 정상까지 여섯 개 설치돼 있었다. 유길준 묘소까지 길은 넓게 잘 놓여 있지만, 경사가 제법
있어 중간쯤에서 숨을 돌리기도 하는데, 한여름이면 몰라도 아직 이 정도는 내처 걸을 수 있다.
유씨 일가묘(길준-억겸-진오로 이어지는 근현대사 명망가 집안이다) 잔디에서 잠시 쉬기도 하지만,
역시 패스! 계속되는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면 두 번째 이정표와 함께 벤치들과 간단한 운동시설들이 놓여
있다. 그리 높은 지역이 아니라서 아직 한강이나 다른 산들이 보이진 않는다. 아랫배알미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이 시작되는데, 대개는 이쯤에서 잠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쉬어 간다.
그리고 한강변이 보이는 바위까지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지면서 초중반에 땀을 빼게 만든다. 헐떡 고개가
따로 없는데, 요즘은 툭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 풍경을 조망하는 게 다소 위험한지라 위험 표시와 로프를 설치해
놓았지만, 처음으로 한강과 팔당 쪽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쉬어가는 이들이 많다. 좀 더 올라가면 두물머리 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고, 이어 오른쪽은 나무계단, 왼쪽은 너덜 구간(7/11/16)으로 나뉘는데
바위를 오르다 보면 탁 트인 사방 경치가 그만이다.
보통 남은 거리와 방향만 표시하는 것과는 달리 이 코스의 이정표들은 서 있는 지점의 해발 높이를 표시해
대충 지금 오르는 지점이 어느 정도 높이인지 짐작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나름대로 분기점이 되는 26m-285m
-458m-569m-650m-그리고 정상인 657m에 각각 서 있다. 정상까진 3.9km로 쉬지 않고 빠르게 오르는
이들은 한 시간에도 가고 웬만하면 한 시간 반 안짝에 가는데, 걸음이 느려져서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너덜 구간을 통과하면 6백 미터대의 평평한 길이 정상까지 15분 정도 이어지는데, 앞에서 고생했기에
주어지는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는 코스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올라왔더라면 정상부까지 헐떡거리게 만들었을
돌계단과 헐떡 고개를 여유 있게 내려가다가 곱돌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거나(한동안 부적합 판정이 붙어 있더니
이번에 보니 다시 적합이라 써 놓았다) 얼굴을 씻고, 낙엽송 구간을 통과하면 애니고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하산길인데, 이번엔 도합 세 시간 반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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