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톤으로 빛나는 앞태 뒷태
Posted 2018. 4.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가끔 연륜이 있는, 심어진 지 기백년이 돼 마을의 보물로 여겨지는 - 전문용어로는 신주단치처럼 모셔지는 - 마을 입구의 버드나무나 느티나무가 너무 노쇠해 부러지거나 무너진 부분을 시멘트 같은 걸로 땜질해 놓은 걸 보게 된다. 오래 전 벼락을 맞아 한쪽 가지가 부러졌거나 강풍이 불어닥쳤을 때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부분을 그냥 두면 더 무너질까봐 마을 주민들이 응급처치해 놓은 게 다시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의 일부인양 함께 세월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그런 나무들 말이다.
지난주에 검단산을 오르면서 척 봤을 때 그런 느낌을 주는 나무가 있었다. 마을 입구도 아니고, 흔히 볼 수 없는 대단한 나무도 아니고, 5백 미터는 훌쩍 넘는 높은 데 있는 흔하디 흔한 참나무인지라 사람이 손을 댄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생김새가 그래보여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앞뒤와 주변을 둘러보게 만들었다. 관찰 결과 생김새가 그러할 뿐 사람이 전혀 손 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였다. 허옇게 보이는 부분은 껍질이 벗겨졌거나 시들어 말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로 추측된다.
참나무들이 흔히 걸리는 시듦병에 걸린 건지, 나무는 군데군데 가지가 베이고 부러져 조금 볼품 없어 보였는데, 대신 다른 나무들에선 볼 수 없는 투톤 컬러로 눈길을 끌었다. 마치 손가락 세 개를 편 것 같은 모양새가 유쾌해 보이기도 했는데, 앞태도 뒷태도 그런대로 봐줄 만 했다. 이파리들이 새로 자라는 5월쯤 다시 찾으면 이 나무가 고사목인지, 아니면 이런 악조건 가운데서도 살아 존재감을 드러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5월 산행을 예약해 두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고개 산철쭉 (0) | 2018.05.05 |
---|---|
검단산에서 본 예봉산 (0) | 2018.04.21 |
연녹색 봄마중 (0) | 2018.04.18 |
검단산 각종 현수막 캠페인 (0) | 2018.04.09 |
검단산 시계방향으로 오르기 (0) | 2018.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