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맥주창고 No. 1
Posted 2018. 6. 2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북해도 여행 둘째날 새벽 산책을 나왔다. 위도가 높아 새벽 3시면 해가 뜨는 동네인지라 5시 반쯤 호텔을 나와 운하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이미 환하게 동이 터 눈이 부시기까지 했다. 아직 출근하는 이들도 없고, 다니는 차들도 많지 않아 거리는 온통 내 차지였다. 얼리 버드가 누리는 특권이다. 새벽부터 북해도의 상징새이기도 한 커다란 까마귀가 후두둑 날아가며 깍깍 울어댔고, 신호등 소리도 까마귀 울음 소리를 내는 기계음이었다.
어디든 새벽 산책을 나가면 숙소를 반경으로 한 시간에서 시간 반 정도를 돌다 오는데, 상점들은 문을 닫고 있지만 간판, 건물 생김새, 주차된 차, 가로수 등 이런저런 볼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아직 하루를 시작하고 있지 않지만, 거리 풍경과 사물들은 변함없는 생기를 보여준다. 걷다 보니 조금만 더 가면 맥주 양조장 견학을 할 수 있다는 화살표가 나타났다. 오, 이런 데가 여기 있었군 하면서 장소를 알아두었다. 이따가 g랑 오면 좋아라 할 것 같았다.
11시에 하는 코스를 염두에 두고, 오르골 전시장과 스타필드에도 들어온 유명 베이커리 르 타오 본점을 먼저 둘러봤는데, 구경할 게 많아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렸다. 다음 시간도 있었지만, 꼭 보고 싶었던 건 아니고, 삿포로로 가서 수프 커리를 속히 맛보고 싶었기에 오타루 맥주 3종(바이젠, 필스너, 둔켈)이 두 개씩 들어 있는 세트만 사서 삿포로에서 한 세트, 귀국해 한 세트를 마셨는데, 3천원 병맥주치곤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안에는 2층으로 된 분위기가 좋고 고풍스러운 넓은 펍이 자리하고 있어 오타루 나마비루를 마시면서 운하를 구경할 수도 있다는데 우린 스킵했다. 한겨울에 눈길을 걸어 찾아와 맥주 한 잔 하는 낭만을 누리는 이들이 제법 있다니, 오타루 가면 저녁 나절에 한 번 들려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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