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청 구 청사의 나무들
Posted 2018. 7. 1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1888년 250만 개의 빨간 벽돌로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해 80년간 사용한 삿포로 북해도 구 청사 아카렌가(赤レンガ) - 일본의 여러 도시에 세워진 붉은 벽돌 건물을 통칭하는 말 - 는 고풍스런 청사 내부 구경을 마친 뒤, 곳곳에 심긴 나무 아래를 걷는 재미가 컸다. 오래된 나무들은 도심 속에서 웬만한 숲길을 따로 찾지 않아도 좋을 만큼 - 물론 지척에 엄청난 규모의 북해도 식물원이 따로 있기도 하다 - 삿포로 사람들과 여행자들을 여유롭게 맞아주었다.
이곳 나무들은 대개 수령이 수십 년은 족히 돼 보일 정도로 우람하고 훤칠했는데, 나무들이 연출하는 그늘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커피 한 잔 들고 군데군데 놓인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유서 깊은 장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두어 명 있었고, 띄엄띄엄 설치된 가로등도 있는듯 없는듯 수목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온통 굵고 당당한 나무들 사이에서 호리호리하면서 위로 갈수록 길게 휘어진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피사의 사탑 만큼이나 기울어져 있었고, 장대높이뛰기 할 때 들고 뛰는 탄성 좋은 장대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저리 휘어지고서도 굳굳하게 자라는 게 대단해 보였다. 개중에는 커다란 나무들과는 달리 군데군데 잘려나가 밑둥만 남은 것들도 있었는데, 파이고 빈 부분을 시멘트로 절묘하게 때워 놓은 게 마치 나무와 조각 작품의 멋진 더티 댄싱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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