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역 라멘 하카이 미소 라멘
Posted 2018. 7. 1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그림 같은 풍경의 패치워크며 파노라마 도로 변의 CF에 나오는 켄과 메리의 나무 등으로 유명한 비에이(美瑛)에선 점심 먹기 전까진 큰 재미를 못 봤다. 삿포로에서 세 시간 가까이 운전해 네비게이션에 유명 포인트들을 숫자 좌표를 입력하고 찾아갔지만, 그 나무들이 있다는 지점은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북해도의 거센 바람은 걸으면서 천천히 살펴보는 걸 방해했고, 무엇보다도 한 시가 지나 배꼽시계가 울려댔기 때문이다.
일단 비에이역에 가면 식당들이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 맛집으로 알려진 집들은 대기줄이 길어 한 바퀴 둘러보다가 라멘집이 눈에 띄고, 대기줄이 안 보이길래 들어갔다. 두 시 가까이 됐던 차라 식구들도 맛집이 아니어도 크게 상관 없고,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우면 족하겠다는 가난한 심정으로 하나 됐다.
라멘 하카이(らーめん八海)는 가게 이름부터 중국 음식점 분위기를 풍겨선지 라멘집치고는 제법 컸는데, 다찌석과 테이블도 있었지만 이미 차서 방으로 안내돼 신발 벗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메뉴를 훑어봤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던가, 뜻밖에도 라멘도 한두 가지만 하지 않고 미소(된장), 소유(간장), 시오(소금), 돈코츠(돼지뼈) 등 다 하는 집이었다.
음~ 이렇다 할 전문성이 없는 집이구나 하면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각자 고르고, 나와 막내는 밥과 교자도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막상 나온 라멘들은 조금 짠듯 했지만, 대접만 좀 바꿔내면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괜찮은 맛이었다. 어딜 가든 기본은 하는 이런 게 일본 동네 라멘집들의 힘인가 보다 하면서 다들 서둘러 춥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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