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의 또 다른 눈, 자작나무
Posted 2018. 7.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십여년 전 산에서 처음 자작나무를 봤을 때, 묘한 느낌을 받았다. 줄기가 거칠지 않고 매끈한데다 나무색으론 독특한 회백색에, 중간중간 갈라진 틈이 마치 째진 눈처럼 째려보는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한 번 보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 나무인데, 북해도는 자작나무의 고향이라도 되는 양 어딜 가든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자작나무엔 눈이 여러 개 달려 있다(눈처럼 생겼다는 것이지 실제 눈은 아니다^^). 크고 선명한 것들도 있고, 반쯤 감거나 반쯤 뒤로 가려져 있는 것까지 이 나무를 특징짓는 몸짓들이다. 사람처럼 눈을 깜빡거리는 법도 없어 처음 볼 땐 약간 기괴한 모습에 오싹해지면서 조금 움츠러들기도 하고, 서둘러 그 일대를 벗어나고픈 조급함도 불러 일으키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적응하면 반갑기 그지없는 친구가 된다.
심긴 지 오래 되지 않아 일정 간격으로 심겨 있는 우리네와는 달리 북해도의 자작나무들은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를 뻗으면서 군락을 이룬 게 많이 보였다. 유명한 자작나무 숲도 많다는데, 설경과 함께 어우러진 자작나무숲 풍경은 꽤 볼만할 것 같았다. 군데군데 띄엄띄엄 있는 게 아니라 온통 자작나무로만 둘러싸인 광활한 숲길을 만나면 느낌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문득 눈 덮인 겨울의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 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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