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의 은행잎 보도 블럭
Posted 2018. 7.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어느 도시를 가든 걸으면서 밟게 되는 보도 블럭을 유심히 보게 된다. 아직 유럽을 밟아본 적이 없어 로마 시대부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와 마을들의 고풍스런 돌 블럭들을 보는 영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도시마다 개성 있는 보도 블럭들을 찬찬히 관찰하는 여행도 제법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데, 북해도에선 그리 크지 앟으면서 거의 정방형에 가까운 돌로 된 블럭이 이루는 모양새가 볼만 했다. 은행잎처럼 보이도록 모양을 냈는데, 잎의 끝부분이나 가장자리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맞춰 놓았다. 우리처럼 직사각이나 정방형 블럭들을 반듯하게 놓으면 작업이 훨씬 빠를 텐데, 보도 블럭에서도 도시의 개성을 살려 모양과 맵시를 중시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보행로 중간 중간에 있는 배수관 뚜껑 부위도 꽃 모양을 이루고 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예술적 감각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 같아 좋아 보였다. 이런 모양을 내려면 디자이너나 작업자 모두 번거로울 것 같긴 한데, 한 번 놓으면 우리처럼 멀쩡하고 쓸만한데도 뜯어 고치는 난리를 피우지 않고 몇 년은 갈 테니 신중하게 작업이 이루어졌을 것 같다.
맵시도 중요하지만 은행잎 모양으로 온 도시를 꾸미는 건 조금 심하다 싶었는지 그 옆길은 조금 단순하게 작업해 놓았다. 그래도 똑바로 된 일 자는 아니고 약간의 웨이브를 주면서 최소한의 단조로움은 피하고 있었다. 여기선 맨홀 뚜껑도 원형이 아니라 사각으로 쉽게 만들었는데, 가능한 한 웨이브를 준 모양을 유지하려고 꽤 노력했다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우리처럼 네모난 블럭을 깐 곳도 있는데, 이런 데 역시 최대한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이리저리 모양과 크기, 색조를 짝을 맞춰 놓았다. 중간중간 흑백 삼각형 둘을 이어붙여 맵시를 내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어 보기 좋았다. 어떤 블럭을 설치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놓는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이랄까 장인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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