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놀이터
Posted 2018. 7. 1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오타루 운하와 지금은 다니지 않는 예전 철로 주변 산책로를 돌아다니다가 주택가 옆에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보였다. 나무 벤치 옆에 돌의자를 사이에 두고 화강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무슨 금을 그어 놓은 것 같아 자세히 보니 가로 세로가 일정한 미니 바둑판 모양을 새겨 놓았는데, 아이들이 잠시 앉아서 오목을 둘 수 있도록 배려한 어른들의 지혜였다. 바둑알은 안 보였는데, 그건 아이들이 주머니에 갖고 있던 것이나 작은 돌들로 대체 가능해 보였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덩그러니 돌판만 놓여 있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뛰어놀던 아이들이 잠시 앉아 쉴 때 머리를 쓰는 놀이를 했으면 해서, 한 수를 놓고 다음 수를 생각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렇게 선을 그어놓았을 것이다. 칸수가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한 건 놀이터니까 바둑까지 두는 건 무리여서였을 것이다. 새벽 산책이 아니라 주변에 누가 있었으면 잠시 앉아서 점심내기 한 판 붙었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에 홋카이도에 철도가 놓이고, 일본 전역이 철로로 연결된 철도 강국이란 것을 보여주듯 놀이터 한 켠엔 알록달록한 증기기관차 모양을 한 놀이 시설이 놓여 있었는데, 모양이 근사했다. 근처에 놓인 몇 개의 벤치 등판엔 다양한 철도 기관차 그림과 이름이 새겨 있었는데, 실제로 있었던 기관차들인지, 아니면 상상력으로 그리고 이름 붙인 건지는 몰라도 어려서부터 철도와 친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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