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아름다움
Posted 2018. 7.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장마철이 지나고 다시 푹푹 찌는 긴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느긋하게 일어난 주말 아침마다 맨 먼저 하는 일은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에 물을 주는 건데, 물통에 물을 받아 작은 물뿌리개로 이파리들부터 뿌리까지 푹 적셔주는 일을 20년 넘게 해 오고 있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작은 다육이들은 아내 담당이라 놔 두고, 나머지 화초 10여 개가 내 담당이다.
게으르고 무덤덤한 주인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면서 바닥 물청소하는 하는 것 말고는 별달리 화초들에 하는 게 없는데, 잎이 시든다든지 너무 많아진다든지 하면 떼내거나 다듬고, 가끔 화분갈이 하는 일도 부지런하고 가지런한 아내 몫이다. 그러다보니 꽃몽우리가 돋고 꽃을 피워내고 꽃향기를 발산하는 것도 그때그때 바로 알아채지 못하다가 아내가 여길 보라고 하면 그제서야 어, 이게 피었네 하곤 했다.
몇 해 전에 동생네서 서양란 화분 두 개를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가 매년 진분홍 꽃을 피워내 주위를 화사하게 만들곤 한다. 겨우내 들여놨다가 봄에 내놓으면서 물만 주었는데, 올해도 한여름에 접어들기까지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집하고 잘 맞는 모양이다 하면서 기특하게만 여기고 있었다.
지난주엔 물을 주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베란다를 정리하던 아내가 이게 2월에 꽃몽우리가 올라오기 시작해 봄을 지나 여름이 되도록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제 슬슬 지려나 보다면서 세 계절을 피어 있었는데 알았냐고 기습 질문을 해 왔다. 꽃이 피어 있는 건 알았지만, 어, 그게 그리 오래 됐느냐며 가 보니, 꽃잎 몇이 슬슬 시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두세 주는 더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새삼 꽃이 지는 아름다움을 지켜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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