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읽기 좋은 <노인과 바다>
Posted 2018. 6. 25.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여행할 때 책은 보통 한 권만 가져가는데, 이것저것 구경하며 돌아다니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읽을 틈이 안 생겨 주로 오가는 비행기나 기차에서 읽을 요량으로 적당히 가벼운 책들을 고르게 된다. 이번 북해도 여행길엔 그 전 주에 사 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새움출판사, 2018)를 가져갔다. 1952년에 나온 이후 워낙 유명하고 고전이 된 이 책은 학생 때 대충 읽었는데, 이번에 그 동안 번역된 책들에 딴지를 걸면서 새로 번역한 책이 나왔다는 기사를 읽고 사 두었던 거다.
본명인지 모르겠지만, 이정서 번역자는 2014년에 카뮈의 『이방인』에 대해서도 기존 번역서들의 문제점을 짚어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는 문제적 번역자인데, 헤밍웨이 작품에 대해서도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46판이라 불리는 B6 사이즈에 세로만 약간 길어 핸디한 100면 조금 넘는 경장편 소설 앞뒤로 역자의 말과 부록 형식으로 이 소설에 대한 오해를 정리했는데, steady, beat, but 등 헤밍웨이가 사용한 단어들을 기존 번역판들이 나이브하게 옮겨 문맥과 뜻이 모호해졌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이 번역본은 이렇다 할 군더더기나 무리한 구석 없이 술술 읽힌 걸로 볼 때, 역자의 주장이 어느 정도 맞아 보이고, 이 역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번역이란 게 같은 단어를 두고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라 읽는 사람마다 생각이나 반응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북태평양에 있는 북해도 여행을 하면서 읽기엔 소재나 스타일, 분량에서 딱 좋았고, 이참에 이 역자의 『이방인』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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