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일식 가정식 카페 나하
Posted 2018. 8.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미친 더위가 한풀꺾인 주말 마포에 사는 g네 집에 가서 점심을 함께 했다. 망원시장 근처의 일식 가정식 식당으로 안내했는데, 특별한 간판 없이 A4 용지에 고양이 그림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 놓아 그냥 지나가면 못 알아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엔 나하(那覇)가 이 집 고양이 이름인가 했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오키나와 국제공항이 있는 중심도시였다. 그러고보니 식당에 오키나와와 관련한 포스터가 두어 개 붙어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는 한쪽에 오픈 주방과 다찌 좌석이 니은 자로 놓여 있고, 창가를 중심으로 테이블이 놓여 있는 구조였다. 망원동 카페나 식당들이 대개 그렇듯이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식사 때면 대기줄이 길게 이어지는데,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 자연스런 분위기와 일본 가정식 메뉴들이 알음알음 소문을 내는 것 같았다. 오무라이스, 키마카레(국물 없는 카레), 멘치카츠, 카츠산도, 나하레즈를 시켰다(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격인 오무라이스는 위에 덮인 부드럽고 두툼한 계란을 나이프로 가운데를 잘라 벗겨 먹는 재미가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라와 있는데, 쏘스는 보통 오무라이스와는 달리 심심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막내가 시킨 멘치카츠도 좋았지만, g가 시킨 카츠산도(돈가스 샌드위치의 일본 발음) 한 조각을 얻어 먹었는데, 이 날의 베스트 맛이었다. 두툼한 돈가스는 부드러우면서도 참 맛났다. <고독한 미식가> 어느 에피소드에서 고로 상이 먹었던 것도 이런 맛이었을 것 같다.^^
맛있게 먹고 내려오는데, 1층 입구에 벌써 재료 소진으로 점심 영업을 마감했다는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2시가 채 안 됐는데 준비한 만큼만 팔고 주말 점심 장사를 서둘러 끝낸다는 이 카페의 가오가 느껴졌다. 슬로우 푸드, 슬로우 피플,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시금 마음에 들었는데, 근데, 다음에 근처에 오면 간판 없는 이 집을 찾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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