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한 도토리 껍질
Posted 2018. 9.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가을에 접어들면서 산길엔 여름을 보내고 계절갈이를 하는 흔적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잎사귀를 자랑하던 참나무들이 하나 둘씩 갈색조를 입어가다가 바람에 떨어져 구르고 있었다.
본격적인 낙엽철은 아직 아니어서 대부분 푸르른 채로 가지에 붙어 있거나 떨어진 것들도 푸른
색조가 많았는데, 조숙한 애들인지 병약한 애들인지 철 이른 낙엽이 되어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밤과 도토리 같은 열매들은 벌써 많이 떨어져 벌어져 있다.
밤송이는 알이 아직 크고 단단하게 여물진 않아 조그만 밤송이들만 떨어져 있는데, 보이자마자
주워가는 이들이 많은지 밤이 남아 있는 건 거의 안 보인다. 도토리는 종류도 다양하고 워낙
많이 떨어지는지라 다 주워가지도 않고, 남아 있는 것들이 제법 있는데, 나무 계단에 떨어진
도토리는 누군가 주워가서 뚜껑만 뒹굴고 있다.
산길 텃밭 옆 한 귀퉁이엔 도토리 껍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는데, 이 정도면 상당량의
도토리 알맹이가 묵 쑤는 데 쓰인 것 같아 보인다. 껍질을 벗기는 데만도 제법 시간이 들었을 것
같은데, 도토리를 싹쓸어간 것도 그런데, 집에서 버리지 않고 이렇게 산에 내다 버리는 심뽀는
무언지 모르겠다. 모름지기 동네 숲이라면 산에 사는 다람쥐 등의 월동을 위해 일정량은
알맹이째 남겨두는 게 순리요 매너일듯 싶은데, 이런 시튜에이션은 황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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