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단풍 너 참 예쁘구나
Posted 2018. 11.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에선 나무나 바위를 타고 오르던 담쟁이들이 길거리에선 담장과 방음벽을 칭칭 휘감고
있다. 어찌나 기세가 좋은지 원래 무엇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활개를 치고 있는데, 아무에게도
허락도 안 받고 허가도 없이 슬그머니 기생하는 존재인지라 자칫 존재감이 없어 보알까봐
깊어가는 가을에 발 맡춰 물을 들였다. 물들지 않았을 땐 이렇다 할 볼품이 없어 보이더니
제법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서빙고 온누리교회 주차장 담벽을 덮고 있던 담쟁이 덩쿨은 다른 담쟁이들과는 달리
아주 작은 포도알 비슷한 열매를 송이송이 맺고 있었는데, 미국 담쟁이 덩쿨(Virginia Creeper)인
것 같다. 이런 담벽에서도 개의치 않고 왕성하게 자라다가 가을에 접어들자 열매는 열매대로,
또 이파리는 이파리대로 가을색으로 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무에 달린 단풍잎과 거의 진배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물든 담쟁이들이 없었더라면
이 공간이 얼마나 삭막했을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거리를 두고 멀찍이서 볼 때도 좋았지만,
가까이 가서 아무 데나 클로즈업을 해도 모양이며 색이며 채도가 은근히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하나하나 낱개로는 볼품없고 보잘것 없지만,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허전하지도 않고 어디
하나 기울지도 않고 참 보기 좋았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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