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은 언제나 반갑다
Posted 2018. 11.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에 오르면서 가장 반가운 건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능선(Ridgeline)이다. 앞뒤 좌우로
늘어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앞을 가리던 산길을 한참 걷다 보면 드디어 저 앞으로 빼꼼 하늘
비슷한 게 보이기 시작하고, 힘내 걸어오르노라면 나무들이 가릴 수 없는 산등성이 능선에
다다른다. 수풀이 우거져 낮에도 어두운 기운을 보이는 깊은 산에서야 두말할 필요 없고,
나즈막한 동네산에서도 능선은 언제나 반갑기 그지없다.
산이란 게 크고 작은 경사가 있게 마련이고, 뭐 하나 쉬운 게 없는지라 한참을 걷다가
저 멀리 수풀 사이로 가물가물 희미하게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 고생이 곧 쉴 틈을
얻게 될 거란 희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잠시 걸음이 가벼워진다. 처음 가 보는 산이야 앞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또 어떤 힘든 구간이 나올지 막막해 더더욱
그렇지만, 익숙한 산도 능선이 보이거나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물론 산이란 게 생각처럼 만만치 않아 능선을 쉬 드러내진 않고, 저기쯤이라 생각했던 게
제법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고 또 가노라면 능선은 나오게 마련이다. 거의 코스를
그릴 정도로 익숙한 동네산들도 일차 목표는 일단 능선에 이르는 건데, 능선에 오르면 일단
시야가 시원해져 갑갑한 걸 해소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무겁고 힘들었던
다리에 좀 더 올라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욕과 새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능선에 서게 됐다고 곧이어 봉우리에 오르거나 산 정상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산은 절대로 그리 만만치 않다.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쉰 다음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힘을 내
걷기 시작해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또 능선을 만나길 여러 번 해야 겨우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어쩌면 등산은 등정의 기쁨에 앞서 능선을 찾고 또 찾아다니는 다소 지루하면서도
기나긴 걸음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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