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놓인 통나무 벤치
Posted 2018. 11.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출발해 검단산 등산로에 접어들어 길 양편으로 키 큰 낙엽송들이
줄지어 서 있는 쉼터 구간을 지나면 왼쪽으로 처음 꺾어지는 길목 코너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통나무 몸통 벤치가 하나 놓여 있다. 등산로 초입에서 20-30분 정도 됐을 때인데, 쉼터를 막
지나고 조금만 더 가면 곱돌약수터가 나오는지라 딱히 쉬어갈만한 곳은 아닌 애매한
지점인데, 오래 전부터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완만하지만 길게 경사진 돌길이 끝나는 지점으로, 여기까지 오면 1/3 정도 온 셈인데, 이게
없었으면 모를까 애매하게 놓여 있는 관계로 늘 잠깐 숨 좀 돌릴까, 그냥 갈까를 놓고 순간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길목인지라 앉았다 가기에는 조금 거시기해서
열에 아홉은 그냥 지나치게 되지만, 배낭 내려놓고 아주 잠깐 숨 돌리기에는 또 딱 좋은지라
아주 가끔씩 예의상 앉았다 일어나곤 한다.
여기를 지날 때마다 산길에는 번듯하게 생긴 벤치도 좋지만, 다리도 없고 등받이도 없는
이런 통나무 의자가 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통나무들이 놓인 데는
아주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벤치라기보다는 나무 원형에 가까운지라
앉았다 가도 그만, 그냥 가도 그만인데, 그래도 부러지거나 죽은 나무를 누군가가 베어서
반듯하게 다듬어 놓은 성의가 느껴져 그의 수고를 기억해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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