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몇 해 전부터 시골 농가나 산 아래에 종종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래선지

우리 동네 산들에도 간간이 멧돼지가 돌아다닐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현수막이나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시골이면 몰라도 번화한 서울 근교 산들에 설마 멧돼지가 나오랴 하겠지만,

가끔 그런 소식이 들려오니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검단산에도 얼마 전부터 <멧돼지 발견시 상황별 행동 요령>이란 대형 컬러 현수막이

내걸렸는데, 흥미롭게도 만화 식으로 구성해 놓아 눈길을 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예시해서

이해하기 좋은데, 아직까지 산에서 이런 경우에 처해 보지 않아 그렇지, 막상 닥치면 적잖이

당황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멧돼지가 나오는 시간대나 장소는 십중팔구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없을 경우일 텐데, 으~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감사하게도 그 동안 산에 다니면서 이런 위기나 응급 상황은 거의 겪어보지 않았는데,

주로 익숙한 동네산을 반나절 정도 루틴(routine)으로 다녔기 때문이다. 일을 벌리거나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는 성격도 한몫했는데, 덕분에 드라마틱하고 스릴 넘치는 무용담은

거의 건지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이 만화

현수막을 지날 때면 반복 암기를 해 두는 게 건강에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