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버티고 견디기
Posted 2019. 3.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헐떡고개를 오르다 보면 비탈진 길에 놓인 나무계단이나 돌계단도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놓인 다른 데와는 달리 높낮이가 다르고 간격도 벌어진 게 험하게 놓여 있고 중간중간
군데군데 파손되고 보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탱하고 있던 흙이 파였거나 헐거워지고
고정시켜 놨던 게 흔들거리면 아예 무너질 수도 있기에 그때그때 나무를 받쳐놓거나 굵은
철사, 못 등으로 동여매거나 교차시켜 고정시키고 연결시켜 놓은 것이다.
덕분에 헐떡고개란 이름에 걸맞는 상징처럼 보이면서 약간 허술해 보이긴 해도 수년째
더 이상은 흔들거리거나 무너져 내리진 않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눈, 비와 바람에 쓸리고,
무엇보다도 수없이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의 하중과 스틱으로 인한 상처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셈인데, 볼 때마다 어떻게든 버티고 견뎌내는 것처럼 읽히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경탄하거나 경의까지 표하고 싶어진다.
가끔 이런 구간은 안전을 위해 요즘 식으로 튼튼하고 반듯한 계단을 놓아도 보기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모름지기 산은 너무 편의만 추구해 손을 대거나 편의 시설을 이것저것
설치하기보다는 최대한 원형 그대로 두는 게 문자 그대로 자연스럽겠다는 쪽으로 얼른 생각을
바꿔먹곤 한다. 뭔가 엉성하고 허술해 보이긴 해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형성된 이런 모양이
오히려 산을 찾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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